목록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DC (4)
Spring Island
비는 멈추는 법을 모른다. 오늘도 빗줄기는 끊어지지 않았고, 소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늘만 덩그러니 남아 눈물을 콸콸 흘리고 있는데, 참으로 가증스러워 욕만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며칠 째 푸른색이 잿빛으로 물들어선 햇살조차 내리쬐지 못한다. 사람들은 기록적인 폭우라 했다. 데미안도, 팀도, 순찰하고 난 뒤에 물에 젖은 울새 꼴로 돌아와 범죄가 거의 없을 지경의 날씨라 한숨을 씹어내었다. 딕 그레이슨은 도저히 웨인 저택을 나서, 제 도시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제이슨 소식은? 묻는 것도 힘이 빠진다. 뻔한 답을 듣는 것 또한 우중충한 하늘만큼 듣기 싫어, 팀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는 것을 보자마자 그대로 숨을 떨어뜨렸다. 걱정하지 마, 딕. 제이슨은 강한 아이야. 무사할 거야. 브루스의..
● Maroon 5 - daylight 가사 내용 차용. 명곡이에요 . 지금 몇 시야. 오전 4시 32분. 더 자, 제이. 네가 그러고 있는데 잠이 오겠냐. 여름 날, 새벽 끝자락엔 빛자락이 걸려온다. 날이 금방 밝아. 밖은 시원해. 밤 내내 드리워진 그림자가 걷히는 이마와 콧날, 진한 푸른색 눈동자가 쫓는 새벽하늘의 발버둥. 제이슨은 얇은 이불을 발로 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침대 아래 등을 곧게 세우고 앉아, 날이 밝기 시작하는 창문 건너에만 머물던 시선이 움직인다. 잘 짜인 등 근육과 함께. 이윽고, 얇은 입술이 선을 그리는데, 웃음이 새벽만큼 맑고 순진한 바람에, 혀 아래 숨어있는 한숨이 꿀꺽, 하고 삼켜졌다. 네놈 미소만 보면 잠이 다 날아가 버려. 눈가에 덕지덕지 묻은 피로를 핥아주는 기분이야..
● Maroon 5 - she will be loved 가사 차용. 완전 명곡이에요. 그는 소년을 안다. 어린 저보다 더 어리고, 어깨가 좁았던 소년. 살덩어리도 근육도 미처 자리 잡지 못해 가느다랬던 다리와 얇았던 손목. 짧은 반바지 아래 곧게 뻗은 종아리는 부드러웠고, 노란 망토가 가려준 등은 굽지 않았다. 핏줄 하나 연결되지 않은 형제인데도, 까만 머리카락과 파란 눈동자에 심한 가책과 부끄러움이 가슴에 얹히며 얼마나 애를 태우던지, 소년의 눈동자를 그리워하면 다 자란 갈비뼈가 쑤셔왔다. 사랑한다는 증거인 거야. 그래서 더욱 열심히 소년을 그리고, 고통을 견딘다. 사랑이 사라질까봐 무서워, 제이. 고작 열다섯, 소년은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유리조각은 손가락을 찌르고, 부서진 소년의 몸은 딕 그레이..
*조커x제이슨 주의 제이슨 토드가 다시 부드러운 흙 아래 묻힌 날, 그의 아이는 내내 잠을 잤다. 브루스 웨인은 양아들의 갓난아이를 도저히 품에 안지 못해 커다란 침대 가운데에 뉘이곤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였으며, 클락 켄트가 데일리 플래닛에서의 일을 일찌감치 마치고 허겁지겁 하늘을 가로질러 저택에 발을 딛자마자,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를, 브루스는 어찌 하지 못하고 보드라운 이불만 만지작거렸다. 클락이 집사를 호출하고, 집사가 아이를 안아들어, 부엌에 가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야 한다는 말만 방에 두고 문을 닫았을 때에야, 종일 말없이 아이만 지켜보던 브루스가 일어섰다. 순찰하고 오지. 단정히 세운 등과 무거운 눈썹. 클락은 지친 연인의 그림자를 밟았다. 당신을 보내고 싶진 않아요. 손은 뻗지 않지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