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2.5D (15)
Spring Island
마카롱 크림 묻은 입술을 당신의 거친 입술에 부비고 싶어요. 표정은 뚱해도, 당신은 내 귀가 붉어지는 것을 보고, 머뭇거리는 어린 입술을 더 깊이 물어주겠지요. 아, 당신의 시원한 향이 뒤섞인 목 뒤를 끌어안고, 비쩍 마른 다리 사이를 비집어드는 단단한 다리를 느끼고 싶어요. 나를 뜯어내어줘요. 허름한 야상을 벗기고 제멋대로 곱아진 머리카락을 쥐어줘요. 내 볼품없는 몸뚱아리는 당신을 맞이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랍니다. 뜨거운 혀가 생각나 견딜 수 없었어요. 봐요, 나 벌써, 흥분했잖아. 사랑해요, 본드. 제임스 본드. 요즘 점점 힘들어요. 당신이 이국으로 보내진 날이면, 침대의 비어있는 옆 자리를 보며 괜스레 애닳는 것 대신에, 이제는 브랜치에서 눈을 뜨고 밤을 지새워요. 내겐 가장 편했던 플랫이 당신이..
4월까지는 오지 않을 거라 일단 1.5로 올려둡니다. 4월 9일 이후에 뵈어요. 수정해서 2로 재업합니다. 2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오며가며 인사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딘, 타겟은 11시 방향에 있어요. 여자들이 붙어있는데요. 할 수 있겠어요? “날 뭘로 보고.” 어색한 정장이 선을 얼마나 선정적으로 드러내는지, 평소처럼 그가 백업을 해주었다면 진한 눈썹을 뉘이고 불만 어린 표정으로 일관했을 것이 분명하나, 그는 딘의 앞과 뒤를 봐주는 대신, 연인의 웨딩 플랜을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는 중일테다. 웨딩드레스를 구경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가 사랑하는 연인과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자신은 일곱 시간의 차이를 두고서, 천박한 차림새로 천박한 장소에 발을 딛고, 무기 밀거래 조직의 간부에..
skyfall is where we start. 1 “나 결혼해.”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억지로 삼킨 말에 목구멍이 따가웠다. 목이 쉬어서 다행이다. 껄끄러운 말을 하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니. 얼굴이 엉망이라는 핑계로 축축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까끌한 면이 볼에 닿자 이 이불을 그 여자와 함께 쓸 것이냐 묻고 싶어졌다. 네가 나를 밀어붙였던 침대 헤드에 그 여자의 베개가 있을 것이냐 묻고 싶어졌다. 이 침대, 우리가 하도 심하게 움직여서 다리 부러질 것 같은데. 묻고 싶었으나 묻지 않았다. “일은 어떻게 할 건데.” “은퇴해야겠지.” 계속 하는 건 무리다. N과 얘기는 다 했어. 요즘 계속 사무실 들락거린 게 그거 때문이었어? 그래. 카스티..
사실 내 안의 둘은 다르게 만나지만 일단 이 장면도 보고 싶었다. 카스티엘은 시린 바람이 묻은 트렌치코트를 벗어 들고 빈 갤러리 안으로 느리게 걸어 들어갔다. 구두굽이 대리석 바닥을 건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대체 이곳으로 온 이유가 무엇인가. 그는 눈알을 굴렸다. 사람 없는 갤러리 벽에 걸린 그림을 향해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카스티엘은 푹신한 벨벳으로 짠 의자에 앉아 멍한 얼굴로 그림을 보았다.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해체될 운명을 안은 거대한 범선이 금빛 노을 아래에서 저보다 작은 범선에게 끌려가는 최후의 순간. 속이 불편했다. 세대교체. 손가락이 허벅지를 자꾸 두드려댄다. 19세기의 회색 물감으로 물든 산업혁명을 맞이하며, 화가는 어떤 기분으로 붓을 놀렸던가. 낡은 가죽 재킷을 걸친 청년이..
길어질 것 같아 나눕니다. 부처님께. 1 딘은 까칠한 수염 난 얼굴에 입술을 부비는 걸 좋아한다. 함부로 입을 놀리기 부끄러운 취향은 가끔 함께 침대로 들어가는 연상의 남자들만 들출 수 있었고, 그는 제 취향을 인정하려들지 않았으나, 온 몸이 지나치게 녹진해질 무렵에 볼부터 입술 근처까지 수염이 난 부분에 제 입술을 꾹꾹 누르는 자신을 상대의 눈에서 발견하고는 적잖이 창피해지곤 했다. 축축한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구겨진 셔츠에 팔을 우겨넣으며 함께 아침이나 먹자는 상대의 말을 넘기면서 새벽 내내 훤히 드러난 살갗을 간지럽힌, 혹은 따갑게 한 수염이 마음에 들었나, 들지 않았나를 따졌는데, 그는 마음에 들었던 이를 찾은 적이 매우 드물었다. 두 번이었던가. 첫 번째 남자는 마약 밀거래를 주도하..
역시 오메가버스 주의 아, 사랑하는 나의 형. 같은 뱃가죽을 찢어 나와, 지랄 같은 불길에 휩쓸려 어린 아이의 몸으로 더 어린 아이를 안아 들었던 사랑스러운 형. 열기가 묻은 잠옷을 여린 손으로 꼭 잡고, 위로 받아야 할 그 때에, 조그마한 아기에게 괜찮다고 속삭여주기 바빴던 사랑스러운 형. 이제는 코끝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인 저주 받은 뜨거운 향에 맨 정신으로 집어삼켜지면서도, 저보다 단단한 등을 끌어안고 울음소리를 꾹 참았던 저의 형. 운명은 왜 그리 우리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났을까.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썩어빠진 감정 하나, 그것을 숨길 곳을 찾기 위해 가슴을 찢어낸 바람에 지독한 흉터가 남아있음에도, 온 몸의 핏물을 전부 쏟아내어야 놓아주겠다는 듯. 죽어버릴지도 몰라. 죽여 버릴지도 몰라. 오늘..
히어로 AU 드러나지 않는 오메가버스. 나는 네 마음을 읽을 생각이 없어, 캐스. 딘은 꿉꿉한 얼굴을 털어내려 애쓰며 지나치게 괜찮은 척 구는 목소리를 떨구었다. 푸른 눈은 제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나, 썩은 내 나는 감정에 흙을 덮어두고 저 아래에 숨겨둔 것이 걸려 스스로를 매우 비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내가 그러했던가. 충동을 이기지 못해 떨리는 손가락을 이마에 두었던 적이 몇 번이던가. 두꺼운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고 정말 그 다운 잔잔한 표면을 건드렸을 때, 커다란 파장이 손 끝을 간지럽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눈치 없는 그를 걱정시켰던 적도 있는데. 카스티엘의 속은 깊은 바다였고 숨이 멎을까 두려워 허겁지겁 빠져나오곤 했다. 그의 마음만은 읽을 수가 없었다. 까슬한 모래알 안에 묻어둔..
“벌써 아침이야?” “아니, 더 자도 된다.” 졸음에 푹 젖은 목소리는 어느 순간부터던가, 새벽 녘 가량의 예민한 감정을 잔뜩 건드려놓곤 한다. 비죽 가시를 돋으려는 감정에 비해 차분한 대답을 주며 침대에 누워 꾸물거리는 하얀 몸으로부터 시선을 떼어내려 했다. 저에게만큼은 훤히 드러내어주는 목덜미에서 선정적인 붉은 자욱이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아, 눈가가 아파온다. 전등을 꺼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말, 모든 게 하나하나 다 보일 지경이 되어서는. 카스티엘은 입술을 뜯었다. “네가 거기에 있으니 내가 침대를 뺏은 것 같잖아.” “난 괜찮다. 어차피 주말이잖아.” “난 안 괜찮은 걸. 같이 눕지 그래.” 어쩌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인가. 담담한 권유에도 말 한마디 내놓기 벅차 그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