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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조각] He'll be loved 본문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DC

[딕슨/조각] He'll be loved

래아 라온제나 2016. 6. 10. 00:51

● Maroon 5 - she will be loved 가사 차용. 완전 명곡이에요.


그는 소년을 안다. 어린 저보다 더 어리고, 어깨가 좁았던 소년. 살덩어리도 근육도 미처 자리 잡지 못해 가느다랬던 다리와 얇았던 손목. 짧은 반바지 아래 곧게 뻗은 종아리는 부드러웠고, 노란 망토가 가려준 등은 굽지 않았다. 핏줄 하나 연결되지 않은 형제인데도, 까만 머리카락과 파란 눈동자에 심한 가책과 부끄러움이 가슴에 얹히며 얼마나 애를 태우던지, 소년의 눈동자를 그리워하면 다 자란 갈비뼈가 쑤셔왔다. 사랑한다는 증거인 거야. 그래서 더욱 열심히 소년을 그리고, 고통을 견딘다. 사랑이 사라질까봐 무서워, 제이.
 
고작 열다섯, 소년은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유리조각은 손가락을 찌르고, 부서진 소년의 몸은 딕 그레이슨을 찌른다. 열기로 막힌 숨구멍에 제 눈물 젖은 숨을 불어넣어도, 흉터가 뒤덮은 이마와 뺨에 정신없이 마른 입술을 부벼도, 소년이 눈을 뜨지 않는다는 사실은 너무 명백해서, 딕은 그저 조각난 몸뚱아리를 끌어안기만 했다. 품에 가까이, 더 깊게, 미치도록 차분한 심장소리와 멈춘 심장이 맞닿도록. 딕은 여린 사랑이 끊어지는 것을 느낀다. 갈비뼈 사이에서 피가 흐른다.
 
제이슨 토드가 모습을 드러낸 날에서야 몇 년 동안 눈동자에 고여 있기만 하였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넓은 어깨, 거친 입술, 단단한 허벅지. 열다섯 소년의 흔적 없이 증오와 슬픔만 터질듯 한 얼굴일지라도, 제 여린 사랑은 여전히 파란 눈동자에 남아 있다. 딕은 그제서야 소년의 숨구멍에 제 숨을 불어넣었고, 이마와 뺨에 입술을 부볐으며, 격렬히 뛰는 심장과 날뛰는 심장이 맞닿도록, 저보다도 커진 소년을 바짝 끌어안았다. 심장 아래에서 조용히 숨을 쉬던 여린 사랑.
 
제이슨은 싫었다. 딕 그레이슨이 사랑해 마지않는 열다섯의 소년이 싫었다. 그의 감정을 잠식해버린 자신이 싫어서, 도망치고, 숨고, 울었다. 완벽할 수 있었던 네 인생을 내가 망친 거야. 광기만 가득 찬 채로 다시 살아난 나를 원망해. 나는 두 번 째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어. 몸이 부서지고 마음이 찌그러졌던 그 날이 나를 쫓아와. 나는 실패했어.
 
딕은 도망치는 소년을 쫓았고, 안전가옥의 문 앞에서, 창문 밑에서, 지붕 위에서 기다렸다. 나는 언제나 이럴 수 있어. 네가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너를 안심시키려 손을 뻗어 머리를 헤집어줄 거야. 그러니 내게, 얼마간 네 옆에서 머물러줄 수 있느냐고 물어봐줘. 나는 사랑한다고 답할 테니.

너는 내게 영원히 사랑받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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