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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Island
비는 멈추는 법을 모른다. 오늘도 빗줄기는 끊어지지 않았고, 소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늘만 덩그러니 남아 눈물을 콸콸 흘리고 있는데, 참으로 가증스러워 욕만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며칠 째 푸른색이 잿빛으로 물들어선 햇살조차 내리쬐지 못한다. 사람들은 기록적인 폭우라 했다. 데미안도, 팀도, 순찰하고 난 뒤에 물에 젖은 울새 꼴로 돌아와 범죄가 거의 없을 지경의 날씨라 한숨을 씹어내었다. 딕 그레이슨은 도저히 웨인 저택을 나서, 제 도시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제이슨 소식은? 묻는 것도 힘이 빠진다. 뻔한 답을 듣는 것 또한 우중충한 하늘만큼 듣기 싫어, 팀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는 것을 보자마자 그대로 숨을 떨어뜨렸다. 걱정하지 마, 딕. 제이슨은 강한 아이야. 무사할 거야. 브루스의..
● Maroon 5 - daylight 가사 내용 차용. 명곡이에요 . 지금 몇 시야. 오전 4시 32분. 더 자, 제이. 네가 그러고 있는데 잠이 오겠냐. 여름 날, 새벽 끝자락엔 빛자락이 걸려온다. 날이 금방 밝아. 밖은 시원해. 밤 내내 드리워진 그림자가 걷히는 이마와 콧날, 진한 푸른색 눈동자가 쫓는 새벽하늘의 발버둥. 제이슨은 얇은 이불을 발로 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침대 아래 등을 곧게 세우고 앉아, 날이 밝기 시작하는 창문 건너에만 머물던 시선이 움직인다. 잘 짜인 등 근육과 함께. 이윽고, 얇은 입술이 선을 그리는데, 웃음이 새벽만큼 맑고 순진한 바람에, 혀 아래 숨어있는 한숨이 꿀꺽, 하고 삼켜졌다. 네놈 미소만 보면 잠이 다 날아가 버려. 눈가에 덕지덕지 묻은 피로를 핥아주는 기분이야..
● Maroon 5 - she will be loved 가사 차용. 완전 명곡이에요. 그는 소년을 안다. 어린 저보다 더 어리고, 어깨가 좁았던 소년. 살덩어리도 근육도 미처 자리 잡지 못해 가느다랬던 다리와 얇았던 손목. 짧은 반바지 아래 곧게 뻗은 종아리는 부드러웠고, 노란 망토가 가려준 등은 굽지 않았다. 핏줄 하나 연결되지 않은 형제인데도, 까만 머리카락과 파란 눈동자에 심한 가책과 부끄러움이 가슴에 얹히며 얼마나 애를 태우던지, 소년의 눈동자를 그리워하면 다 자란 갈비뼈가 쑤셔왔다. 사랑한다는 증거인 거야. 그래서 더욱 열심히 소년을 그리고, 고통을 견딘다. 사랑이 사라질까봐 무서워, 제이. 고작 열다섯, 소년은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유리조각은 손가락을 찌르고, 부서진 소년의 몸은 딕 그레이..
*조커x제이슨 주의 제이슨 토드가 다시 부드러운 흙 아래 묻힌 날, 그의 아이는 내내 잠을 잤다. 브루스 웨인은 양아들의 갓난아이를 도저히 품에 안지 못해 커다란 침대 가운데에 뉘이곤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였으며, 클락 켄트가 데일리 플래닛에서의 일을 일찌감치 마치고 허겁지겁 하늘을 가로질러 저택에 발을 딛자마자,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를, 브루스는 어찌 하지 못하고 보드라운 이불만 만지작거렸다. 클락이 집사를 호출하고, 집사가 아이를 안아들어, 부엌에 가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야 한다는 말만 방에 두고 문을 닫았을 때에야, 종일 말없이 아이만 지켜보던 브루스가 일어섰다. 순찰하고 오지. 단정히 세운 등과 무거운 눈썹. 클락은 지친 연인의 그림자를 밟았다. 당신을 보내고 싶진 않아요. 손은 뻗지 않지만. 나..
비가 내려서. 침묵을 빙자한 당황함에 앓는 소리가 마음 가득 끓지만 , 봄비를 맞은 눈동자를 마주치며 입을 다물고, 소년이 젖은 몸을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문 사이를 더 벌리는 것이 아카시의 최선이다 . 짤막한 고개 인사 끝, 물방울을 가득 먹은 정수리가 걸린다. 키가 큰 고등학생. 어깨조차 제 아들보다 단단하며. 소년답지 않은 엄숙한 표정과, 섬세하게 조각 된 손가락을 감싼 테이핑. 말을 마무리 할 때 붙이는 어미와 오만함까지 . "아들 녀석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수건을 건네 주었다. 살갗 비치는 교복 셔츠. 어깨와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는 소년의 입술 엔 묵묵히 제 삶을 견뎌내는 수행자 마냥 차분한 인내가 잔뜩 고여 있는데 , 그게 어찌나 현실감을 떨어 뜨리 던지. 아카시는 웃었다. 어두운..
침대가 들썩이며 옅은 잠에 녹아있던 의식을 꺼내었다. 더위에 허우적대던 머리가 놀라는 바람에 숨이 얼마간 쉬어지지 않아, 미도리마는 가슴을 두어 번 주먹으로 쳤다. 끈적한 공기가 볼에 달라붙는다. 차가운 공기가 뼈를 찔러댔던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열대야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경을 찾으려 손을 꾸물거렸다. 저보다 작은 손이 손목을 살며시 붙잡았다. 잘 잤어? 좋은 아침이야. 아침이라고? 잠긴 목소리가 갈라진 웃음을 뱉었다. 몇 시인데. 지금 4시 조금 넘었어. 바람을 들여오지 못하는 열린 창밖으로 별이 진 하늘이 보인다. 하얀 달만 덩그러니 놓인 꼴이 혼자 침대에 몸을 던졌던 몇 시간의 저를 생각나게 해서, 미도리마는 고개를 돌렸다. 아침은 무슨. 새벽이라는 거다. 그리고 난 새벽에 잠들었고. 나도 ..
마카롱 크림 묻은 입술을 당신의 거친 입술에 부비고 싶어요. 표정은 뚱해도, 당신은 내 귀가 붉어지는 것을 보고, 머뭇거리는 어린 입술을 더 깊이 물어주겠지요. 아, 당신의 시원한 향이 뒤섞인 목 뒤를 끌어안고, 비쩍 마른 다리 사이를 비집어드는 단단한 다리를 느끼고 싶어요. 나를 뜯어내어줘요. 허름한 야상을 벗기고 제멋대로 곱아진 머리카락을 쥐어줘요. 내 볼품없는 몸뚱아리는 당신을 맞이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랍니다. 뜨거운 혀가 생각나 견딜 수 없었어요. 봐요, 나 벌써, 흥분했잖아. 사랑해요, 본드. 제임스 본드. 요즘 점점 힘들어요. 당신이 이국으로 보내진 날이면, 침대의 비어있는 옆 자리를 보며 괜스레 애닳는 것 대신에, 이제는 브랜치에서 눈을 뜨고 밤을 지새워요. 내겐 가장 편했던 플랫이 당신이..
침대, 침대가 어디에 있지. 두 시간 전에 목구멍을 따끔하게 찌르며 넘어가던 진한 얼그레이 세 잔이 바닥을 드러내어 며칠 동안 잊고 지냈던 졸음이 눈꺼풀을 아래로 밀어내는 느낌에 플랫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부터 찾았다.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온 거야. 짧은 수염이 까칠하게 올라온 턱을 습관처럼 매만지다 찬바람 가득 묻은 코트를 벗을 생각도 못하는 머리를 그대로 베개에 뉘였다. 매트리스가 출렁인다. 바깥 날씨만큼 차가운 침대 시트가 버석거렸고, 빈자리에 남지 않은 온기와 향을 찾으려 정신없이 코를 묻었다. 눈을 감을라치면 제 손을 감싸오던, 저보다 작고 거친 손이 생각나기도 전에, 미도리마는 열흘 동안 애써 묵혀두었던 잠을 꺼내었다. 이번 임무는 거의 포상 휴가 같은 느낌이야. 다즐링 - 미도리마가 그에게 가진..
4월까지는 오지 않을 거라 일단 1.5로 올려둡니다. 4월 9일 이후에 뵈어요. 수정해서 2로 재업합니다. 2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오며가며 인사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딘, 타겟은 11시 방향에 있어요. 여자들이 붙어있는데요. 할 수 있겠어요? “날 뭘로 보고.” 어색한 정장이 선을 얼마나 선정적으로 드러내는지, 평소처럼 그가 백업을 해주었다면 진한 눈썹을 뉘이고 불만 어린 표정으로 일관했을 것이 분명하나, 그는 딘의 앞과 뒤를 봐주는 대신, 연인의 웨딩 플랜을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는 중일테다. 웨딩드레스를 구경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가 사랑하는 연인과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자신은 일곱 시간의 차이를 두고서, 천박한 차림새로 천박한 장소에 발을 딛고, 무기 밀거래 조직의 간부에..
skyfall is where we start. 1 “나 결혼해.” 넌 정말 나쁜 새끼야. 억지로 삼킨 말에 목구멍이 따가웠다. 목이 쉬어서 다행이다. 껄끄러운 말을 하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니. 얼굴이 엉망이라는 핑계로 축축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까끌한 면이 볼에 닿자 이 이불을 그 여자와 함께 쓸 것이냐 묻고 싶어졌다. 네가 나를 밀어붙였던 침대 헤드에 그 여자의 베개가 있을 것이냐 묻고 싶어졌다. 이 침대, 우리가 하도 심하게 움직여서 다리 부러질 것 같은데. 묻고 싶었으나 묻지 않았다. “일은 어떻게 할 건데.” “은퇴해야겠지.” 계속 하는 건 무리다. N과 얘기는 다 했어. 요즘 계속 사무실 들락거린 게 그거 때문이었어? 그래. 카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