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2.5D (15)
Spring Island
천사가 제 손으로 끌어올린 인간의 벌거벗은 영혼을 품에 안아들었을 때, 그는 숨이 막힌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수억 년 만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득하니 솟아오르는 벅차오름,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전례 없는 감정이 의무를 뒤덮었다. 손길 하나, 날개짓 하나마저 조심스럽게 굴며, 천사는 가여운 영혼이 40년 동안 피눈물을 흘리던 눈을 겨우 감는 것을 제 의지로 도와주었다. 기다란 속눈썹이 살짝 닿아 간질거렸다. 커다란 날개로 발간 몸을 덮었다. 딘 윈체스터는 구원되었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기 위해 각인되었던 작은 인간의 이름이, 떨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찌 그리도 순식간이었는지. 카스티엘은 딘 윈체스터를 구원하였다. 의무를 행한 순간, 지상에 살아있는 채로 돌아간 인간을 지켜보는 것은 더 이상 의..
심장을 조심스레 감싼 얇은 살갗을 저며내어 하얀 나비를 만들겠다. 나의 피가 돌고 도는 나비는 너의 향기, 네가 토해내는 가여운 꽃잎의 향을 쫓아갈 것이다. 너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그리곤 나비를 쫓아내겠지. 손을 휘저으며 네 도움따윈 필요없다, 자존심을 바락바락 내세우다, 나비가 입술에 닿으면, 또다시 꽃잎을 뱉어내지만, 울음이 멈출 때까지 뱉어내면서도 떨리는 손을 맞잡고 나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어린 인간아, 나는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마다 불안하다. 샘 윈체스터는 기도했다. 악마의 피가 들어차지 않았던 깊숙한 곳에, 어릴 적부터 담아둔 신앙심에 대고 기도했다. 제 목소리를 유일하게 용서해줄 천사를, 그는 찾고 있었다. 눈을 감고, 큰 손을 맞대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등이 구부정하게 굽혔다...
“안녕, 캐스.” 그는 지나치게 경쾌한 발걸음으로, 휴대폰을 쥔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며, 그저 지나가는 인사를 던진 것뿐이다. 무엇이 들었는지 대충 짐작해볼 수 있는 가볍고 허름한 가방을 대충 매어 가방끈이 자꾸 어깨 아래로 흘러내리는데도 이마 한 번 찌푸리지 않고 통화에 집중하는 그를, 너는 바라본다. 웃음소리. 계집애 같은 놈. 두어 번 바닥을 툭툭 치고. 알겠어, 새미. 아, 그가 너무도 사랑하는 동생과의 통화 끝엔, 네가 가장 좋아하는 눈빛을 뒤로하는 그가 있다. 무슨 일 있나? 너는 물었고, 친구 집에서 숙제하고 오겠다네, 그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대답한다. 그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겠지만, 네겐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끼리 저녁 먹을까, 그가 물었고, 괜찮다면, 머쓱한 표정의..
아, 지옥. 뒤틀린 영혼들이 목놓아 울부짖는다. 완전히 미쳐버린 웃음과 불타는 고함이 넘쳐나는 그 곳에서, 악마에게 몸을 내던진 끔찍한 몰골의 인간에게 날개짓을 하고, 사지를 절단하는 고통에 굴복해 스스로 이성을 버린 눈동자에 고요한 숨을 불어넣어주고, 반쯤 뒤틀린 영혼이 필연적으로 품는 죄책감에 질린 귓가에 괜찮다 속삭여주며, 피에 젖은 차가운 어깨에 손을 대었을 때, 카스티엘은 신을 받드는 자신의 이름을, 신께서 달아주신 성스러운 양 날개를, 신께서 내려주신 고귀한 은총을 기꺼이 그에게 내줄 수 있다는 감정 조각이 구름처럼 느리게, 아주 느리게 떠다니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의 뜻에만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던 천사는 그것이 감정인지도 알지 못했다. 천사들의, 악마들의, 인간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인간의 손..
세상의 종말이 무수한 재를 날리며 천국의 달력에서 불태워졌다 하더라도, 풀 한포기 나지 않아 버석거리는 땅을 밟으며 등 돌릴 새 없이 총알을 서로의 가슴에 박아야하는 미래가 멀끔히 지워졌다 하더라도, 괴롭다, 는 조약한 표현으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억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한 사람은 제 손으로 막아내었던 종말의 때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날, 그를 위해 말 그대로 모든 걸 등졌던 어깨 위 천사가 고깃덩어리가 되어 흩어졌던 그 날, 꿈이길 바란다고 간절히 기도했으나 기도를 들어줄 이가 죽었던 그 날, 루시퍼는 제 형제와 그의 형제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신을 원망하며 망가졌고, 그의 천사는, 신에게 사랑받는 천사는 망설임을 담은 작별인사는 남기지 ..